밤에는 얼굴보다 순서가 먼저 보인다. 누가 먼저 말하는지, 누가 마지막 도장을 찍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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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00:18, 경비실.

동편 화면에 흰색 밴이 다시 잡혔다. 옆면 로고 끝 글자만 희미하게 살아 있었다.

...시스템

도현은 모니터 오른쪽 아래 시각을 먼저 적었다.

  • 00:18 / 외주 차량 재진입

편의점 무전이 바로 들어왔다.

“도현 씨, 작업복 두 명 내렸어요. 검은 박스 또 꺼내요.”

은재 목소리는 빠르지 않았지만, 숨이 짧았다. 도현은 그 호흡 길이로 지금 은재가 얼마나 버티고 있는지 짐작했다.

“은재 씨, 카운터 안쪽 스위치 확인해요. 제가 문 쪽 막을게요.”

“잡고 있어요. 아직 안 내렸어요.”

도현은 무전기를 내려놓고 경비실 서랍에서 야간 출입 보류 양식을 꺼냈다. 맨 위에 크게 썼다.

사유: 문서번호 미제시 / 실근무자 불일치 이력


00:27, 로비 자동문 앞.

작업복 남자 둘이 유리문 밖에서 서류철을 흔들었다.

“긴급 CCTV 교체 승인 났습니다. 문 열어주세요.”

도현은 유리문 안쪽에서 고개를 흔들었다.

“문서번호부터요.”

남자 하나가 종이 한 장을 유리에 붙였다. 긴급 안전점검이라는 제목만 굵었다. 번호 칸은 또 비어 있었다.

“관리소장 결재 있습니다.”

“누구 결재죠?”

“한기문 소장님요.”

그 이름이 나오자, 도현은 종이를 떼지 않고 핸드폰 카메라로 먼저 찍었다.

“좋습니다. 결재권자 본인 확인되면 진행하죠.”

작업복 남자가 웃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지금 장난하십니까?”

“아니요. 절차입니다.”

그때 로비 앞에 검은 세단 한 대가 멈췄다.


00:35, 로비 출입구.

차에서 내린 남자는 코트 깃을 세운 채 바로 자동문 앞으로 걸어왔다. 도현은 사진으로만 보던 얼굴을 단번에 알아봤다.

관리소장 한기문.

한기문은 문이 닫힌 채인 걸 확인하고 불편한 웃음을 만들었다.

“야간에 고생 많으십니다. 긴급 교체라 빠르게 끝내죠.”

도현은 문을 열지 않은 채 말했다.

“문서번호가 없습니다.”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CCTV 멈추면 입주민 안전이 먼저죠.”

편의점 쪽 무전이 짧게 울렸다.

“도현 씨, 카운터 전압 경고등 들어왔어요.”

도현이 시선을 한기문에게서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은재 씨, 차단은 제 신호에.”

한기문이 고개를 기울였다.

“외부 사람까지 끌어들여서 일 키우지 맙시다.”

그 말에 은재가 처음으로 무전에 끼어들었다.

“저 외부 아닙니다. 여기 밤을 지키는 사람이에요.”

한기문 표정이 잠깐 굳었다가 바로 풀렸다.

“좋아요. 그럼 확인하죠.”

그는 서류철에서 두 번째 장을 꺼내 유리에 붙였다. 하단 결재란엔 분명 한기문 서명이 있었다.

도현은 그 획을 오래 보지 않았다. 대신 옆줄을 봤다.

실행 담당: 박정우(현장)

같은 이름, 같은 자리.

도현이 낮게 말했다.

“퇴직자 인수인계 공란 건, 설명부터 듣겠습니다.”

한기문이 짜증을 숨기지 못하고 한 발 다가왔다.

“그건 관리실 내부 정리 문제예요. 현장 작업 막을 사안 아닙니다.”

“내부 정리가 외주 출입 명분이 되면, 현장 사안 맞습니다.”


00:44, 편의점 카운터.

은재는 비상차단 스위치 덮개를 열어 둔 채 무전을 손에 쥐고 있었다. 문밖에서 누가 큰 소리로 말할 때마다 손가락 끝이 조금씩 굳었다.

핸드폰에는 또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오늘 밤 넘기면, 보증금 정리 더 어렵습니다.

은재는 메시지를 지우지 않고 도현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또 왔어요. 같은 패턴.”

도현이 짧게 답했다.

“캡처만. 답장은 금지.”

그리고 5초 뒤, 도현 목소리가 다시 무전에 들어왔다.

“은재 씨, 지금.”

은재는 망설이지 않고 스위치를 내렸다.

딸깍.

로비 외곽 조명 두 줄이 동시에 꺼졌다. 작업복 남자들이 들고 있던 장비 표시등도 함께 죽었다.

유리문 밖에서 한기문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누가 전원 건드리랬습니까!”

도현이 말했다.

“문서번호 없는 작업은 전원 투입 안 합니다. 기준은 방금도 같았습니다.”

한기문은 잠깐 말이 막힌 사람처럼 입을 다물었다. তারপর 서류철을 접어 들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

“오늘 결정,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는 돌아서며 작업복 팀에게 손짓했다. 밴 문이 닫히고 차량이 뒤로 빠졌다.


01:12, 경비실.

도현과 은재는 같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둘 사이엔 출력물 세 장과 휴대폰 캡처가 나란히 놓였다.

  • 긴급교체 승인서(번호 공란)
  • 실행담당 박정우
  • 한기문 현장 출입 영상 시각(00:35)
  • 은재 협박성 문자 시각(00:42)

도현이 말했다.

“이제 얼굴이 나왔어요.”

은재는 컵에 남은 미지근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얼굴이 나오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시작이네요.”

도현은 파일 라벨을 새로 붙였다.

결재선 직접 개입 / 야간 작업 강행 시도

은재가 그 라벨을 한 번 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도망 못 가게 순서로 묶어요.”

도현이 짧게 웃었다.

“네. 이름 말고 순서로.”

다음화 예고

도현과 은재는 ‘긴급교체 승인서’ 원본 이력에서 삭제된 결재 로그를 찾고, 복구 파일 속 시간차 7분이 사건의 방향을 바꾼다.

※ 제작 고지: 이 에피소드는 생성형 AI 보조 도구를 활용해 작성되었고, 공개 전 편집 검수를 거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