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들은 목소리는 사라졌는데, 문자 한 줄은 더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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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01:58, 편의점.
은재 휴대폰에 알림이 두 개 붙어 떴다.
전세보증금 반환소송 / 2차 납부기한 오늘 23:59
오늘만. 오시면 정리됩니다.
은재는 화면을 껐다. 꺼도 문장은 머리에 남았다.
계산대 아래 서랍에는 법원 등기 안내장이 접힌 채 들어 있었다. 은재는 진열대 정리를 하다가도 자꾸 서랍 손잡이를 만졌다. 열지 못하면서, 놓지도 못했다.
02:10, 경비실 앞 복도.
도현은 순찰표를 손에 들고 편의점 앞에서 잠깐 멈췄다.
“오늘은 뒤문 쓰지 마세요.”
은재가 바코드 스캐너를 내려놓았다.
“어제도 그 말 하셨죠.”
“동편(건물 옆 골목 통로) 화면이 한 번씩 끊깁니다. 앞문만 쓰는 게 안전해요.”
은재는 짧게 웃었다.
“안전한 시간대에 일하면 좋겠네요.”
도현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출입문 옆에 접이식 표지판을 세웠다.
점검 중 / 후문 사용 금지
03:06.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서은재 씨 맞죠? 보증금 건, 오늘만 정리해드릴 수 있습니다. 뒤쪽으로 잠깐 나오시면 됩니다.”
은재는 침묵하다가 물었다.
“어디 소속이세요?”
“오시면 설명드리죠.”
통화가 끊겼다.
은재는 뒤문 손잡이를 한 번 잡았다가 놓았다. 도현이 세워둔 표지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은재는 결국 앞문 쪽으로 발을 돌렸다.
가게 안으로 돌아온 은재는 메모지에 숫자만 적었다.
63만
연체 18일
03:41, 경비실.
도현은 동편 화면을 확대해 놓고 시간을 기록했다.
- 03:07 / 미상번호 통화(편의점)
- 03:08 / 후문 손잡이 미세 흔들림
- 03:09 / 출입자 미확인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불 꺼지면, 가지 마세요.”
어제와 같은 목소리였다.
도현은 파일명을 바꿔 저장했다.
02-동편-0341.mp4
퇴근 전, 은재에게 문자가 또 왔다.
내일 새벽. 봉투만 확인하세요.
은재는 삭제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가 멈췄다.
도현은 편의점 문 바깥에서 말했다.
“내일도 뒤문은 막겠습니다.”
은재는 대답 대신 계산대 불만 낮췄다.
다음화 예고
내일 새벽, 골목 가로등 아래에서 상대는 처음으로 얼굴 대신 봉투를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