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로비는 늘 비슷했지만, 오늘은 소리가 먼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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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02:47, 경비실.

모니터 불빛만 살아 있는 시간이었다. 로비는 비어 있고, 엘리베이터 표시등만 규칙적으로 깜빡였다.

도현의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발신자 표시는 없었다.

이어폰을 끼고 재생 버튼을 누르자, 낮은 목소리가 한 문장만 남기고 끊겼다.

“혹시… 오늘도 듣고 계세요?”

도현은 이어폰을 뺐다. 놀랐다는 표정은 없었지만 손은 바로 모니터로 갔다. 로비, 엘리베이터, 계단, 동편(건물 옆 골목 통로). 이상 없음.

그는 순찰일지에 시간과 징후만 적었다.

  • 02:47 / 미상 음성메모 수신

서랍을 닫으려는 순간, 안쪽에 끼워 둔 전단 모서리가 보였다.

실종 김도희(17)

도현은 전단을 다시 밀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층 편의점.

은재가 진열대를 정리하다 도현을 봤다. 둘은 서로 이름은 알지만, 말을 길게 섞는 사이는 아니었다.

“따뜻한 걸로요?” “네.”

은재가 온장고에서 캔커피를 꺼내 컵홀더를 씌워 건넸다.

“뜨거워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끝이 닿지 않게 캔을 받아 들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은재 시선이 도현 손등의 얇은 상처에 머물렀다. 은재는 계산대 아래에서 밴드를 꺼내 올려뒀다.

“손등, 찢어졌어요.”

“…감사합니다.”

도현이 밴드를 주머니에 넣는 동안 은재가 무심하게 물었다.

“경비실에서 계속 보고 계시죠?”

“모니터 보는 건 근무입니다.”

은재는 영수증을 뜯어 건넸다. 더 묻지는 않았다.


03:21, 경비실.

두 번째 음성메모가 도착했다.

“오늘은… 엘리베이터 타지 마세요.”

도현이 화면을 보자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가 1층에서 B1으로 내려갔다.

CCTV 프레임 안에는 버튼을 누른 사람이 없었다.

도현은 무전을 눌렀다.

“지하층 동선 확인 들어갑니다.”

짧은 잡음 뒤에 회신이 왔다.

“이상 없음.”

도현은 그 말까지 일지에 적었다. 지우지 않으려고 적는 게 아니라, 나중에 틀리지 않으려고 적는 습관이었다.


04:58.

비가 그친 골목 바닥에 가로등 불빛이 얇게 깔렸다.

도현은 경비실로 돌아와 동편 화면을 확대했다. 편의점 뒷문 앞에 물류 상자가 쌓여 있었다. 잠긴 문이었다.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세 번째 음성메모.

“불 꺼지면, 가지 마세요.”

재생이 끝나자마자 뒷문 손잡이가 아주 짧게, 두 번 흔들렸다.

도현이 확대 버튼을 누르는 순간 화면이 1초 꺼졌다.

다시 켜진 프레임에서 상자 하나가 문 쪽으로 밀려 있었다.

도현은 수첩에 세 줄을 적었다.

  • 뒷문 손잡이 흔들림
  • 동편 1초 블랙아웃
  • 출입자 미확인

휴대폰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진동했다.

“이제… 봤죠.”

도현은 재생을 끄고 무전기를 들었다. 목소리는 낮았고, 문장은 짧았다.

“동편 추가 순찰. 지금부터 20분 간격으로.”

경비실 창문 너머로 새벽빛이 조금 올라오고 있었다.

다음화 예고

뒷문 문틈에 남은 카드 자국, 그리고 은재 휴대폰에 도착한 한 줄 문자. 오늘만.

다음화 바로 읽기: 02. 불 꺼지면 가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