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새벽인데, 오늘은 화면보다 사람이 먼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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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02:52, 경비실.
도현은 동편 화면만 세 번째 되감고 있었다.
1초.
꺼졌다 켜지는 시간은 늘 1초였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딱 실수처럼 보이기 좋은 길이.
도현은 수첩에 선을 그었다.
- 1초 블랙아웃 반복
- 후문 손잡이 흔들림 반복
- 미상번호 접근 시도 반복
무전기를 집었다가 내려놓았다. 오늘도 단독 근무였다.
도현은 대신 순찰 타이머를 20분으로 다시 맞췄다.
03:14, 편의점 앞.
은재 휴대폰에 문자가 떴다.
밖에 있습니다. 봉투만 보시면 됩니다.
은재는 법원 등기 안내장을 가방에 넣고 문을 나섰다.
골목 끝 가로등 아래,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갈색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서은재 씨죠? 여기 도장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남자는 봉투 입구만 살짝 열었다. 은재 시선이 종이 하단으로 떨어졌다.
둥근 붉은 자국.
익숙한데 기억나지 않는 로고였다.
“어디 회사인데요?”
“도성 쪽입니다. 길게 설명 안 해도 되잖아요.”
은재가 한 걸음 더 가려는 순간, 골목 바닥으로 긴 빛이 먼저 들어왔다.
도현의 손전등이었다.
“거기서 멈추세요.”
남자는 봉투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뒤로 빠졌다.
“공무원도 아닌데 과하시네.”
말끝을 남기고 골목 바깥으로 사라졌다.
도현은 뛰지 않았다. 대신 남자가 서 있던 자리만 확인했다.
바닥에 젖은 종이 모서리가 붙어 있었다.
...성시설관리(주)
앞부분이 찢겨 있었다.
도현은 비닐 파일에 종이 조각을 넣고 시간을 적었다.
- 03:16 / 골목 접촉 시도
- 03:17 / 법인명 일부 확인
은재는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저 사람, 제가 빚 있는 걸 어떻게 알아요?”
도현은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
“우연 아니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그럼 신고해야죠.”
“네. 다만 오늘은 먼저 기록부터 남깁시다. 번호, 시간, 위치.”
은재는 휴대폰 메모를 열었다.
03:14
동편 골목
도성
04:58.
동편 화면이 다시 1초 꺼졌다 켜졌다.
복구된 프레임 한 컷에 붉은 타원형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문서 도장처럼 보였다.
도현은 프레임을 고정했다.
03-동편-0458-freeze.png
휴대폰이 진동했다.
“이름, 기억나셨어요?”
도현은 재생을 멈추고 파일을 하나 더 저장했다.
편의점에서 은재는 가방 속 등기 안내장을 다시 만졌다.
내일은 받아야 했다.
봉투를 열지 않으면, 계속 끌려다닐 것 같았다.
다음화 예고
우편함의 등기봉투를 연 은재는 문서 하단의 ‘도장’에서 같은 이름을 다시 본다.